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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이 있는 한시

山亭夏日(산정하일)

by 까마귀마을 2026. 6. 1.

                            山亭夏日(산정하일)

 

綠樹濃陰夏日長 (녹수농음하일장) 푸른 나무 그늘 짙고 여름날은 길고 긴 데

樓臺倒影入池塘 (누대도영입지당) 누각의 그림자는 거꾸로 연못에 잠겨 있네.

水晶簾動微風起 (수정렴동미풍기) 수정 주렴이 흔들리며 산들바람이 일어나니

滿架薔薇一院香 (만가장미일원향) 시렁에 가득 핀 장미 향기가 뜰 안에 가득하다.

                                   ------高騈(고병)-----

 

陰(음) : 응달, 습기, 깊숙하다, 잠기다, 흐려지다, 숨다.​

濃(농) : 짙다, 이슬이 많다, 우거지다, 태도나 행동의 정도가 깊다.

倒影(도영) : 그림자가 거꾸로 비침, 거꾸로 비친 그림자.

池塘(지당) : 연못.

簾(렴) : 발(주렴). 水晶簾(수정렴) : 수정으로 엮은 발

架(가) : 시렁(선반). 滿架(만가) : 시렁에 가득함. 또는 시렁에 가득히.

院(원) : 내전, 동산, 뜰.

* :  나란히 할 변. 땅 이름 병.(일부 본은 변으로 되어 있음)

 

길고 긴 여름 낮 짙 푸른 녹음이 우거진 정원. 

연못가에 거꾸로 비친 누각의 그림자는 한 폭의 그림이 되어 한적하고 고요하다.

어디서 불어오는 한 가닥 산들바람에 누각에 곱게 쳐진 수정으로 된 발이 가만히 흔들리니

시렁에 가득한 장미의 향기가 바람결에 묻어온다.

이 시를 읽다 보면 여름의 색채, 움직임, 향기, 여름 한 낮의 분위기가  모두 담겨 있어 마치 그 정자에 직접 앉아 한줄기 소슬 바람을 맞는 듯한 기분이 든다.

 

 

고병(高騈: 821-887)은 당나라 말기 사람으로 자는 천리(千里)이다. 지금의 베이징 서남 사람이다. 세세대대로 금군 장령을 한 장군 가문이다. 할아버지는 당나라 말기 명장 고숭문(高崇文)이다. 고병은 절도사로 민중봉기(民衆蜂起)를 일으켰던 황소(黃巢)를 토벌하는 토벌군의 사령관이었다. 부하에게 살해되는 비참한 최후를 맞기는 했지만, 하나의 화살로써 두 마리 수리를 맞출 정도로 아주 출중하고 호쾌한 무인이었다. 그의 휘하에서 일하고 있었던 신라의 최치원이 그를 대신하여 지은 천하의 명문 토황소격(討黃巢檄)으로 인하여 우리에게도 낯익은 인물이다. 하지만 남소(南诏)를 평정한 이후 청두(成都)를 지키던 장수와 봉록으로 인한 충돌이 생기며 고변은 사람을 데리고 이 장수들의 집에 난입해 백발이 창창한 노인과 강보에 쌓인 영아마저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살해했다. 일시에 피가 강물처럼 흘렀고 곡소리가 하늘에 닿았으며 인간지옥과 같았고 비참하여 결코 눈 뜨고 볼 수없었다(惨不忍睹). 하룻밤 사이에 수천명이 살해됐다. 만년에 관리를 제대로 못해 상하가 마음이 떠났고 결국 부하에게 죽임을 당한다. 그는 뛰어난 무장 이기도 하였지만 시문에 뛰어난 시인이기도 하다. 1000권으로 이루어져 있는 전당시(全唐詩) 가운데 1 권이 그의 작품 만으로 채워져 있을 정도다. 특히 위의 작품 산정하일(山亭夏日)은 우리나라 한문 교과서에도 오래도록 수록된 여름 시의 절창(絶唱) 중에서도 절창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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