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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 한 알

by 까마귀마을 2023. 12. 1.

대추 한 알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낱

          --장석주--

 

 

대추 한 알 속에 참 많은 것이 들었네요. 저렇게 어마어마한 것이 대추 한 알 속에 들어있다는 것을 미처 생각지 못했네요.

범상한 눈으로는 그런 것들이 보일 리 없으니까요. 누가 대추 한 알을 먹으면서, 보면서 와! 여기에 태풍이, 천둥이, 벼락이 들었네 하겠는지요?

지금 그대는 어떤 태풍에 맞서 버티고 있는지요?

지금 그대는 어떤 천둥을 안고 불안해 하고 있는지요?

지금 그대는 어떤 벼락을 떠받치고 있는지요?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낱.

그대 지금 무서리에 얼마나 추운지요?

그대 지금 찌는 듯 땡볕에 힘드시지요?

그대 지금 얼마나 깜깜하고 외롭겠는지요?

태풍 몇 개, 천둥 몇 개, 벼락 몇 개, 무서리 내리는 몇 밤, 땡볕 두어 달, 초승달 몇 낱 ···

대추 한 알이 이런 수많은 시련과 고통의 시간을 인내하고 통과하여 붉어지고 둥글어진다.

그대는 어떤가요?

그대는 오롯이 그대의 본성으로 개별적으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가요?

 

내가 이시를 읽은지는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오래 되었다. 단지 이 시를 처음 읽고 느낀 충격은 오래동안 남았다. 그저 우리 주변에 늘려있는 대추한알이 익고 둥글어 가는 그 과정이 결코 단순하지도 우연이지도 않다는 시인의 예리함과 자연의질서가 그리고 대추한알이 익기위해 태풍, 천둥, 벼락, 땡볕과 뭇서리 내리는 숱한 날들을 감내하듯, 우리의 삶 역시  얼마나 치열한지 몇자의 글속에 다 녹아 있었기 때문이다. 

꽤 오래전인가, 2014년 4월경 연세대에서 어느 재벌 3세가 자신이 경영하는 그룹이 꾸민 인문학 콘서트, 이름하여 ‘지식향연’에서 이 시를 낭독하였다고 언론에 보도되었다, ( 신세계그룹 정용진 "새로운 답을 만들어가야 하는 시대" (daum.net) 부자이든 가난한 자이든 시를 좋아하고 시를 자신의 삶이나 인생철학에 담아 살아가는 건 전혀 문제도 이상하지도 않다. 허나 이 시가 태어나면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재벌3세의 삶에 의미가 있는지는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이 시가 발표된 해는 2005년이다.

시인 장석주가 세상의 풍파를 겪고 안성의 수졸재로 이름 지은 개인 서재로 가 자리를 잡은 지도 꽤 된 시기이다. 너무도 격정적이며 열정적이었던 삶은 지천명에 이르러 안정을 찾고 그의 사유는 무르익었던 시기이다. 그는 젊은 날의 실존주의의 영향 아래 노자와 장자의 무위적 삶과 해체주의라는 철학을 통해 기존의 사유의 틀을 옮아메는 거추장스러운 고정관념을 털어내는 일에 몰두하던 때이다.(물론 그가 가장 존경하는 니체의 사유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관념 또는 관습의 타파가 좀 더 날카로운 지성으로 무르익은 것이 그들의 철학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시인 장석주는 청년 시절부터 몰두하였던 본질을 넘는 실존자로서의 진정한 자유를 찾아 외유내강의 모습으로 진화하던 때라고 생각된다.

 

가을날 푸른 하늘 아래 푸르른 대추나무에 달린 빨간 대추 한 알.

그 대추 한 알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은 날카롭기 그지없다.

그 대추 한 알이 열정으로 가득 찬 색깔인 붉어지기에는 태풍과 천둥 그리고 벼락의 시련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는 안타까운 짐작, 그리고 대추 한 알이 둥글둥글 세상사 물 흘러가듯이 되기까지 무서리 맞고, 땡볕 밑에서 헐떡거리고, 어두운 하늘 아래서 외로움에 갇혀 지내온 지난한 날들이 있었으리라는 더 안타까운 짐작에까지 닿게 된다.

 

나무에 달린 대추 한 알도 그런 모진 시련을 이겨냈을진 데 하물며 인간은 삶은 말 할 것이 있겠는가?

빨갛고 둥그런 대추 한 알 같은 삶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을 것인가?

특히 실존자로서의 존재는 샤르트르가 지적했듯이 필연적으로 불안이라는 고통을 야기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태풍과 천둥 그리고 벼락 무서운 천재지변뿐만 아니라 무서리와 땡볕 그리고 어두운 하늘 밑에 고독 같은 일상적 기상 조건마저 실존자 내부의 불안을 야기하는 현상의 단초가 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인간의 실존은 이런 자연스러운 자연현상마저도 무한한 불안의 고통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는 필연적 나약함에 노출된 상태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 대부분은 물 흐르듯 세상에 순응하며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왔던 것이다.

이런 우리들에게 시인 장석주는 경외에 찬 따뜻한 눈빛으로 우리 모두를 응원하고 있다.

그저 짧고 쉬운 언어로 이어진 시(詩)이기에 쉽게 지나칠 수 있지만 그 속에는 실존하는 인간들의 숙명인 불안의 고통으로부터 의연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강인함에 박수와 응원을 보내는 시인 장석주의 따뜻한 마음이 담겨있는 시 "대추 한 알"이다.(옮겨온 글 일부보완)

시인 장석주는

1955년 충청남도 논산에서 태어났다.

부모와 떨어져 시골에서 외조부 슬하에서 지독한 외로움 속에서 책 속으로 빠져들며 성장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 그는 태어난 재능과 책 속에 묻혀사는 열정 속에 이미 중학교 2학년 때 문학소년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버지에 대한 반항심인지 증오심인지는 모르겠으나(본인의 자서전이 없으니 무엇이든지 추측에 불과하리라) 사사건건 아버지와 대립하다 이네 학교조차 스스로 박차고 나온 것이 우리 나이로 열여덟 살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그렇게 대한민국 사회에서 중요하다던 최종학력이 경기상업고등학교 2년이 되는 순간이었다.

1979년 바로 조선일보에는 시부분에 동아일보에는 평론 부분이 당선되었다.

1979년이다. 상업고등학교 중퇴의 학력자가 조선과 동아일보 신춘문예 각기 다른 부분에 당선이 되었다.

1992년 故 마광수 교수와 함께 출판한 '즐거운 사라'가 외설 시비로 법정까지 가는 끝에 출판사 대표인 그는 작가와 함께 61일을 구속되어 살다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난다.

2002년 시집 '물은 천 개의 눈을 가졌다'라는 시집으로 본격적인 문인으로서의 활동을 시작했다.

2021년 문인 장석주는 거의 도인(道人)의 경지에서 저서들을 쏟아내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참된 삶의 가치에 대하여 진정한 글을 쓰며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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