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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일본에서 5년 생활기, 그리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 이유

by 까마귀마을 2023. 10. 18.

일본 도쿄에 주재원으로 파견이 되어(이후 이직) 5년간 가족과 함께 살다가 현재는 모두 정리하고, 한국에 들아온 지 몇 달째입니다. 매주 촛불집회를 유튜브 라이브로만 보다가 한국에 돌아와 직접 참석을 하니 정말 좋네요^^ 여튼, 일본에 관심없는 분들도 많고, 일본산당에는 저보다 더 오래 사신 분들도 훨씬 많지만, 지극히 지협적이고 개인적인 느낌으로 일본에서 살아 본 5년을 짧게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틀린 정보도 있을 수 있으니 양해 바랍니다.)

 

1. 낙후하고 재미없는 tv, 뉴스들

아직도 머리 때리기나 빨리먹기, 몰래카메라로 웃기려 하는 예능이 많아 보기가 영 불편했습니다. 뉴스는 북한이나 부정적인 한국 이야기가 너무 많아 얘들은 왜 이리 북한, 한국에 관심이 많은걸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드라마도 너무 유치하고, 왜 K-드라마와 K-POP에 열광하는지 알 만 합니다. 결국 지진 속보때나 좀 보고 안 보게 되더군요.

 

2. 후쿠시마산 음식물

음식물은 항시 큰 스트레스입니다. 농산물이나 수산물 등을 살 때 산지 확인은 항상 해서 후쿠시마나 근처 음식물은 사지 않습니다만, 소고기등 적지 않은 제품의 경우 그냥 "국내산"이라고만 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일부 프랜차이즈나 편의점 음식 중 일부가 후쿠시마산을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어 사실상 확인이 어려워서, 이 부분은 그냥 포기해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5년간 생활한 후 한국에 돌아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암 검사를 받았는데, 다행스럽게도 아직은 이상 없다는 결과를 받아 일단 안심했습니다.

 

3. 내가 경험한 혐한

생김새도 서로 비슷하고, 또 잘 드러내지 않는 일본인의 습성상 대 놓고 혐한을 당한 적은 없습니다. 다만, 음식점에서 아내와 한국어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옆 테이블에 계신 분들(모두 60대 이상)이 멀리 떨어진 다른 테이블로 옮겨 가겠다고 하는 경우를 3번 경험 했네요. 민감하게 생각한 것인지 몰라도 별로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근처에 일본인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말수를 줄이거나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이게 은근 스트레스더군요.

 

4. 자전거 공해

한국은 자동차공해라면 일본은 자전거공해가 심합니다. 가뜩이나 사람이 다니는 길도 좁은데, 자전거로 들이대는 경우가 많아 길을 다닐때도 자전거가 오지 않나 항상 뒤를 돌아봐야하고 긴장하고 다녀야 합니다. 일본인들은 워낙 자전거가 생활화되어 있어서, 짧은치마를 입거나 정장을 입고 또는 한 손에 우산을 들고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모습은 신기하기도 합니다. 아울러, 육아를 하는 어머니들이 어린 아이들을 앞 뒤로 앉힌 채 자전거를 타는 모습(마마챠리라고 한다네요)은 처음에는 정겨워(?)보이면서도 위태롭게 졸고 있는 아이들 보면 안 되어 보이기도 하더군요.

 

5. 담배 공해

도쿄 올림픽때문에 음식점에서 담배 피우는 경우가 이제는 거의 없어졌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카페나 음식점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많아 정말 힘들었습니다. 남한테 폐 안 끼친다면서 이건 정말 미개(?)하다고 생각한 부분이었어요.

 

6. 너무 조용한 밤거리 주택가

저녁 식사를 하고 운동겸 아내와 동네 근처 주택가 산책을 하곤 했는데, 거리가 정말 조용합니다. 게다가 빛 이라는 빛은 커텐으로 완벽하게 가려 놓아서, 마치 사람이 살지 않는 집, 동네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예요. 아기들 우는 소리, 아이들 떠드는 소리라도 들려야 할 텐데, 쥐죽은 듯이 조용해서 정말 신기할 따름입니다. 거리에 조명도 별로 없고 해서 어떤 분은 "음침하다"고 표현하더군요^^

 

7. 잦은 마우스(ㅈㅜ ㅣ) 출몰, 엄청난 크기의 바 선생들..

도쿄 도심에 살았음에도 거리를 다니다 보면 마우스를 가끔 접하게 되어 깜짝 놀라게 됩니다. 더불어 바 선생(아마도 바퀴벌레)도 자주 출몰하는데(특히 음식점에서도 여러 번 봤네요), 한국보다 몇 배는 큰 엄청난 사이즈의 바선생을 보시면 깜짝 놀랄 겁니다. 아마도 습한 날씨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8. 화장실에 진심인..

일본의 화장실은 정말 깨끗합니다. 수 년간 여러 공중 화장실을 많이 다녀봤지만, 한 번도 더러운 곳을 보지 못했을 정도예요. 더군다나 편의점마다 화장실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점도 정말 편한 것 같아요. 반면에, 한국에 돌아와서는 키가 있어야 들어간다거나 뒷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일부 사람들 때문에 불결한 화장실을 자주 보아서 실망을 하곤 했습니다.

 

9. 몇 가지 에티켓들

(1) 요즘은 한국에도 지하철에서 가방을 앞으로 맨 분들이 자주(~30%정도) 보이지만, 일본은 거의 99%인것 같아요. 한 번은 지하철에서 가방을 뒤로 맨 사람(일본인)을 보자, 어떤 일본인 아저씨가 한참을 노려보더니 괜히 지나 가면서 소심한 복수인 듯 툭 치고 가더군요. 무심한 척 하지만 나름의 내부룰(?)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은 경계를 하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늘 긴장해야 해요.

(2) 지하철에서 전화통화를 하거나 큰 소리로 대화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습니다. 담배를 많이 피지만 길거리에서 침이나 가래를 뱉거나 하는 경우도 본 적이 없네요. 한국에서는 매일 봅니다 ㅠㅠ

(3) 강아지 산책을 시킬 때 배변주머니와 함께 물통을 가지고 다니면서, 강아지가 소변을 보면 물로 뿌려주더군요(매너수라고 한다네요) 우리나라의 경우 배변주머니는 가지고 다니지만, 이건 보지 못했던 것인데, 널리 도입 되어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10. 부러운 점

(1) 관광자원

일본은 지방소멸을 먼저 경험해서인지, 각 지방마다 관광 자원을 많이 개발해 놓은 것 같아요.

(2) 파란 하늘

한국이 미세먼지를 막아주는 바람에(?) 파란 하늘을 자주 볼 수 있는 점은 부럽네요.

(3) 많은 인구

우리나라보다 2.5배 많은 인구덕에 내수 규모가 꽤 커서,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보다는 경제적으로 맷집이 강한 것 같아요.

(4) 상대적으로 풍부한 일자리

한국보다는 나이에 민감하지 않고, 오픈된 일자리도 몇 배는 많은 것 같습니다.(다른 업종은 모르겠고 일단 IT는)

(5) 장애인에 대한 시각

특히 대중교통을 탈 때 장애인을 배려해 주는 문화가 있어 부러웠습니다.

(6) 타인에 대한 무관심(?)

이게 좋은 점이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타인의 간섭이나 관심없이 조용히 혼자 살고 싶을 땐 장점입니다. 특히, 외모에 대한 핸드캡이 있을 경우는 한국에 비해 좋을 것 같습니다.

 

11. 특이한 부동산 문화

(1) 집을 보러 갈때, 집에 누군가가 살고 있으면 계약전에 집 내부를 볼 수 없고 보지도 않은 채 계약을 해야 하더군요. 우리나라도 요즘에는 현거주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볼 수 없다고는 하더군요.

(2) 월세로 들어가려면 집주인이 허락(?)을 해야 하는데, 이때 현재의 입주자 가족정보, 직장명과 연봉등의 정보를 제출해야 합니다. 아마도 보증금이 월세 두 달치이니 야반도주의 가능성때문에 그러려니 하지만 세입자의 프라이버시는 없는건지..

(3) 튼튼하게 지어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오래된 집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그만큼 새로 지은집은 많이 비싸기도 하고요.

(4) 일본의 부동산은 대부분 중계업체에서 관리를 하기 때문에 집주인과 직접 연락할 일이 없습니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중계수수료가 엄청나게 비쌉니다.
(5) 보증금이 월세 두달치로 적어서인지 월세가 많이 비쌉니다. 통상 월세가 수입의 30% 정도인 것 같아요. 아시겠지만 주차료는 도쿄의 경우 대략 월 20만원~30만원 정도로 엄청나게 비쌉니다.

 

12. 기타..

(1) 3명중에 한명은 일본의 풍토병인 화분증(꽃가루증후군)에 고생하는 것 같습니다. 제 아내도 3년째부터 화분증으로 엄청 고생을 했는데, 한국에 돌아오니 바로 사라지더군요.

(2) 온천(목욕탕)내 남탕 탈의실이나 욕탕에 청소하러, 관리하러 무심한 듯 들어오시는 아주머니들 때문에 깜짝 놀라곤 합니다.

(3) 지진은 정말 생활의 일부인 것 같아요. 핸드폰에서 "지진데스" 요란한 알람이 울리고, 3~4초정도 기다리면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그 흔들림을 기다리는 순간이 참 묘하더군요.

(4) 겨울에는 밖보다 집(실내)이 더 춥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겨울은 실내가 정말 춥습니다. 이중창이 아니라서 바람은 술술 들어오고, 난로와 가습기를 틀고, 두꺼운 옷을 입고 있어야 합니다. 온돌로 겨울에도 반바지를 입을 수 있는 한국은 천국이죠.

(5) 음식물쓰레기는 그냥 일반(타는) 쓰레기에 같이 버리면 되는데, 이래도 되나 싶네요. 봉투도 그냥 투명한 흰색이기만 하면 되고, 음식물 쓰레기는 별도로 분리하고, 별도의 유료 전용봉투로 관리하는 우리나라가 잘 하는 것 같아요.

(6)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한국상품이 정말 많이 증가했습니다. 요즘에는 동네 일반 마트를 가도 한국식품들을 정말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7) 일본에서는 들어오는 전철(지하철)에 뛰어들어 자살하는 사람이 매우 많다고 합니다. 이로 인한 지연사고도 매우 잦은데요. 적지 않은 전철(지하철)역에 안전장치가 없어서 매우 불안합니다.


(8) 일본에서는 제가 큰 키에 속했는데, 한국에 오니 그냥 평균이더군요.

(9) 한국에서는 자주 못 먹던 한국산 전복을 마트 문 닫기전 50% 세일할때 특탬해서 자주 먹곤했습니다. 그리고, 파프리카는 대부분 한국산이더군요. 일본에 판매중인 80~90%가 한국산이라던데, 우리도 수출제한을?

 

 

13. 모두 정리하고, 한국에 돌아온 이유

(1) 경제적인 문제
처음에는 주재원으로 시작했다가 현지 대기업으로 이직 후 연봉도 적지 않게 받았지만 그만큼 세금도 매우 높았습니다. 느낌에 한국보다 최소 ~10%는 더 높았던것 같고요. 그래서 실수령액은 그다지 높다는 생각이 안 들더군요. 특히나 수입의 30%가 월세로 나가니(사정상 큰 집이 필수) 저축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장바구니 물가는 이제 한국이 높지만, 교통비나 전기세, 주거비등 전체적인 부분을 생각하면 여전히 일본의 물가가 높은 것 같습니다.

(2) 10년후를 생각해 보면...
어느정도 정년 보장이 되니 최소 10년은 지금 회사에 더 다닐 수 있겠지만, 50~ 60대가 되어 외국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반면에 뭘 하더라도 내 나라에서는 뭐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리고, 어느덧 40대 후반이 되었는데, 지금 돌아오지 않으면, 평생 못 돌아올 것 같다는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3) 의료 문제
중년이 되다 보니 하나 둘씩 아픈 곳이 생기게 되는데, 일본의 의료수준은 한국에 비해 낙후되어 있는 것 같더군요. 더군다나 수술을 해야 하거나 중병이 있을 경우 외국인으로서 어떻게 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 편하게 근처에 있는 병원에 쉽게 찾아갈 수 있는 한국의 시스템이 좋았습니다.

(4) 전반적인 삶의 질
앞의 경제적인 문제와도 연결된 부분인데, 전반적인 삶의 질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한국에 있을때는 차가 있어서 코스트코등 마트도 갈 수 있고 지방 여행도 쉽게 갈 수 있었는데, 일본에서는 워낙 유지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자차를 두기도 어렵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여야 했습니다.

(5) 한국음식, 문화에 대한 그리움
특별한 날 외식은 신오쿠보에 있는 한식집에서, 그리고 집에서 식사를 할 때면 주로 한식에 한국방송을 보곤 합니다. 그리고 연휴나 기념일에는 한국으로 여행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계획을 짜곤 합니다. 문득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더군요. 그냥 한국에 살면 될 것을...

(6) 안전문제
뉴스에 지진소식이 나올 때마다 어머니에게 괜찮냐고(아직 살아있냐고^^) 카톡이 옵니다.
조만간 수만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수도직하지진이나 후지산 폭발 이야기도 있고, 방사능 건도 있고, 장기적으로 볼 때 불안해서 살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큰 사고가 나면 각자도생해야 할 텐데, 외국인으로서 어떻게 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

(7) 기타..
-. 일본에는 한국을 좋아하는 분들도 많고, 선한 분들도 있지만 내가 일해서 낸 세금이 우익정권(자민당)에서 독도는 일본땅이라 홍보하는데 쓰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지 않더군요. (한국에 돌아왔더니 굥거니에게 쓰이네요..쩝.)
-. 촛불집회 라이브를 보면서 직접 참여할 수 없어 답답했는데, 매주 참석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고 싶었는데, 일본에서는 자가가 아닌 이상 월세에서 키우기가 어렵거나 추가 비용을 내야 합니다.
-. 늘 외국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스트레스 뿐만 아니라 외국어를 네이티브처럼 잘 하지 않는 이상, 회사내에서 주목받고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없겠다는 점도 있었습니다. (외국어를 잘 하시는 분들은 정말 부럽고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 기타 비자 갱신등 행정적인 복잡한 문제들로 인한 스트레스들..

14. 결론

저의 경우 미국과 일본에 주재원으로 가게 되어 나름 편하고 여유있게 시작할 수 있었지만,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인데, 어떤 나라가 되었든 다른 환경의 나라에 살아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단, 이 경험은 젊으면 젊을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40대 넘어 외국에 사는 것은 언어와 문화의 문제도 있고, 정말 쉽지 않더군요.

사용기에 한 번 글을 써 보고는 싶었지만 딱히 잘 하는 것이 없어 마땅히 쓸 내용이 없었는데, 어쨌든 재미없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처 : 일본에서 5년 생활기, 그리고 모두 정리하고 한국에 돌아온 이유 : 클리앙 (clie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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