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위기 단양군 공무원…첫 출생신고에 당황했다
곳곳이 구멍, 지방이 무너진다
“죄송합니다. 출생신고 업무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요…. 나머지 직원도 아는 분이 없어요.”
충북 단양군에 사는 유모(32)씨는 지난해 1월 단성면사무소에 자녀 출생신고를 문의했다가 뜻밖의 답변을 들었다. 유씨에 따르면 업무 담당자가 관련 절차를 몰랐다. 출생신고 때 필요한 준비물과 작성 서류, 지원 혜택 등을 묻자 머뭇거렸다. 유씨는 “해당 직원은 출생아 수가 워낙 적다 보니 업무를 익힐 기회가 없었다고 고백했다”며 “오전 방문을 미루고, 오후에 면사무소에 들렀더니 직원 서너 명이 나와 출생신고와 함께 양육수당, 첫 만남 이용권 등 각종 서류 작성을 도와줬다”고 말했다. 단성면사무소 관계자는 “수개월 동안 출생신고 처리를 한 건도 못 하고 자리를 바꾸는 직원이 허다하다”고 말했다. 실제 단성면에서는 올해 들어 지난 4월 말까지 아기가 한 명도 태어나지 않았다. 지난해 2명, 2021년 3명이 태어났다.
전남 신안군 주민등록 인구는 지난달 말 기준 3만7962명이다. 10년 전인 2013년 같은 시기 4만3953명보다 14% 가까이 줄었다. 이 지역 인구는 2020년 ‘4만 명 선’이 무너졌다. 60대 이상이 전체 인구의 50.7%를 차지하는 초고령 지역이다. 지난해 가구당 인구는 1.74명으로 한 집에 2명이 살지 않는 가구가 수두룩하다.
신안군은 인구 감소를 막고 지역 활성화를 위해 ‘퍼플섬’까지 만들었지만 인구 감소를 막지 못하고 있다. 퍼플섬은 신안군 반월·박지도를 말한다. 40억원을 들여 섬마을 지붕과 섬을 연결하는 다리 등을 온통 보라색으로 입히고, 라벤더 등 보라색 작물까지 심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29일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신안군은 ‘K-지방소멸지수’상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위험지역은 신안을 포함해 전남 구례, 인천시 옹진, 경북 울릉·봉화·청송·영양, 경남 의령, 강원 고성 등 9개 시·군이다.
K-지방소멸지수는 구체적으로 ▶1인당 경상연구개발비 ▶산업다양성 지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인구 증감률 등 6개 항목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다. 인구 감소가 출생률 등 자연적 요인보다 외부 유출 등 사회적 요인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데 무게를 뒀다. 지수가 0.5 미만이면 소멸위험지역에 해당한다. 신안군은 소멸지수가 0.09로 가장 낮다. 산업연구원은 이런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지난해 11월 발표했다.
신안·구례·옹진·봉화 등 9곳…산업연구원 “소멸위험 지역”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소멸위험지역 인구는 여전히 감소하고 있다. 중앙일보가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자료를 토대로 9개 소멸위험지역 주민등록 인구를 올해 4월과 전년 같은 시기로 나눠 비교해 보니 울릉군을 제외한 나머지 8개 지역은 적게는 0.17%(고성군)부터 많게는 2.8%(구례군)까지 줄었다. 울릉군만 유일하게 1년 사이 인구가 0.58% 증가했다. 울릉군 측은 “대형 여객선 취항 이후 육지와 왕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자동차 이동도 편리해지면서 외지인 정착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K-지방소멸지수(K-지수) 0.5 이상~0.75 미만은 소멸우려지역이다. 전북 장수·무주군과 경남 하동군, 울산시 동구, 전남 완도군 등 50개 지역이 해당한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지원하는 인구감소지역(89곳)은 자연적 인구감소를 중심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K-지수와 차이가 난다. 전국 228개 시·군·구 중 K-지수와 정부 인구감소지역이 겹치는 지역은 53곳이다. 결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최소 23%가량이 소멸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이들 지역은 전남(13곳)과 강원(10곳)·경북(9곳) 등에 집중돼 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까지 정부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통하지 않았다. GRDP는 2015년 수도권이 비수도권보다 앞선 뒤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국토 전체의 11.8% 수준인 수도권에 소득과 일자리·인구가 88.2% 몰려 있다. 2016~2020년 수도권 경제성장률은 비수도권의 3배다.
산업연구원은 소멸우려지역에 경기도 가평·연천군, 인천시 강화군 등 수도권뿐 아니라 부산시 영도·서구처럼 광역시가 포함된 것을 주목하고 있다. 허문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도권·광역시 인근 지역 인구까지 주는 ‘지역소멸’ 시대로 진입하는 추세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경북대 평화문제연구소·대한정치학회 주최 학술회의에서 공개된 ‘수도권 출향 청년’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청년들은 지방 이주 시 ▶취업여건 조성(45.6%) ▶청년주택보급 등 주거여건 조성(14.8%)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허 선임연구위원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K-지수 단계별로 기업 입지 인센티브를 차등화하고, 지방대학을 활성화해 지방소멸을 막는 ‘댐’ 역할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행정안전부는 29일 지방 소멸을 막을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을 내놓은 지자체에 지방소멸대응기금 배분금을 최고 144억원으로 20억원 이상 올린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 김민욱 기자, 신안·단양=황희규·최종권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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