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이 국민 주권 국가임을 명시한 문장이다. 모든 권력이 국민의 선택으로 정해진다는 뜻이다. 다른 말로는, 국민의 의사에 부합된 정부에게 권력이 부여된다는 것이다. 국민 주권이 헌법에 보장되어 있어도 국민 개개인의 마음에 영향을 미치는 주체는 따로 있다. 개인의 마음과 생각을 지배하는 것은 미디어다. 개인은 TV나 신문, 책, SNS, YouTube 등을 통해 세상을 보고듣고 이해한다. 의사결정을 내리는 판단 기준에 미디어 영향은 매우 크다. 그중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도구가 방송과 언론이다.
국민의 의사 결정에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송과 언론이 믿을 수 없는 것이라면 어떻게 될까? 아쉽게도 현재 대한민국 현실이 그런 것은 아닐까. 실제 한국의 언론에 대한 신뢰 수준은 OECD 국가 가운데 꼴찌다. 국제 위상이 세계 선진국에 속한 나라지만 유일하게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언론에 대한 신뢰도다. 최근 5년 동안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국민 20% 정도 밖에 언론을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 언론 보도를 믿으면서 경도된 채 살아가야 하는 현실이다. 건전한 사고에 온전한 정보 유통이 필수부가결한 요소임에도 불량정보를 소비하고 있는 셈이다.
대선 후보들의 TV토론이 끝났다. 어떤 후보의 공약이 실현 가능성이 높은 충실한 공약인지를 판단해보고, 대한민국 미래 사회가 어떻게 바뀔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TV토론을 시청했다. 선거 토론 방송은 유권자들이 후보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여 의사 결정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그런 프로에 유세 때마다 공약 발표 대신 어퍼컷 제스처를 날리던 후보가 토론하는 모습을 보면서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후보의 사회정책 공약 내용은 뒷전이고 상대 네거티브에 혈안이 되어 모습이 너무나 거슬렸다. 대통령 후보로서 자질이 부끄럽고 걱정스러웠다.
필자 생각과는 달리 민심은 그런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상당하다. 문재인 정부에 실정에 힘입은 정권교체 카드를 위력과 기득권 언론의 비호가 대선판을 이끈 위력이다. 특히 방송과 언론의 편들기 작용의 힘이 크다는 생각이다. 불량식품은 몸을 병들게 하지만 불량정보는 정신을 병들게 만든다. 건강한 몸에 안전한 먹거리가 필수라면, 건강한 국민 의식을 고양시킬 수 있는 수준 높은 정보 유통은 필수다. K문화나 K방역은 국제 사회가 부러울정도지만 정작 한국인들은 느끼지 못하고 있다. 방송과 언론 보도가 침묵하기 때문이다.
미디어에 의존해 일상을 지내면서 미디어 신뢰성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미디어는 공기나 다름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불량식품 정도는 능히 가려낼 줄아는 깨어난 시민들이기에 질 높은 미디어 상품 소비를 기대하는 목소리는 당연하다. 끊임없이 '언론 개혁'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 자신 또한 색안경을 끼어본 적이 있다. 그런 나의 좌절과 수치심이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향해 분노하고 있는 지 모르겠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린 대통령 선거에 미디어의 거짓 왜곡 선동으로 유능한 후보가 낙선되지 않을까 두려워 분노하는 것이다.
TV토론에 나온 후보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국가와 국민의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누가 적임자인지 쉽게 판단할 수 있다. 자신의 정치 소신과 철학, 공약 실천 의지조차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오직 상대의 우위를 약화시키려고 억측을 부리는지 정도는 알 수 있다. 상대를 헐뜯어 흠집을 부풀려 약점을 이용해 권력을 쥐려는 속내는 배척해야 한다. 국정농단으로 국가를 위기로 내몬 잔존 세력에게 코로나 위기 정국을 맡기는 것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국민의 의식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후보의 언행을 보니 더욱 불안하기만 하다. 그에 반해 민생 정치를 실천한 경력을 지닌 후보의 신념과 의지는 상대적으로 돋보여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아침 일찍부터 야권 후보가 단일화한다는 뉴스 속보로 방송과 언론 모두가 집중되었다. 지상파 방송 모두 본 편성된 방송을 멈추고 안철수 후보가 윤석렬 후보와 원팀이 되겠다는 선언문을 낭독하는 장면에 카메라가 맞춰졌다. 정치인의 변심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안철수의 돌변은 당혹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처음 안철수가 정치 무대 등장은 신선함 자체였다. '새로운 100년'을 통해 안철수의 깨끗한 이미지가 마음에 들어 한 동안 지지를 보냈다. 정치 불신을 해소할 적임자로 잔뜩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러나 선거 때마다 등장하여 불현듯 사라지는 아마추어적 정치 리더십이 못 미덥게 느껴지기 시작하더니 이젠 그조차 식상한 정치인으로 추락한 것이 아닌가 싶다.
여야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박빙인 상태에서 안철수의 단일화는 큰 변수임은 자명한 일이다. 막판까지 자신의 단일화 문제는 끝났다던 안철수 후보가 윤석열 후보 지지로 돌아선 원인에는 이면 합의가 있으리라 본다. 최근 후보와 아내와 관련된 비위 사실이 담긴 X파일이 떠돌고 있는 것과 관련되어 검찰 언론의 뒷배에 자신의 치부를 감추려는 의도가 숨어있는 것이 아닌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비겁한 야합을 통해 자신의 입지를 선택했다 하더라도 그를 지지하고 따랐던 수백만 유권자의 희망은 어디를 향해야 한단 말인가.
언론이 여론이다. 지난 7월 대한민국 위상이 세계 선진국 반열에 섰다. 하지만 아무리 중요한 사안도 언론이 알려주지 않고 짚어 주지 않으면 관심을 끌지 못한다. 반면에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사안도 자꾸 보도하면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방송과 언론이 무엇을 선택하고 강조하고 빠뜨렸는지를 보면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임을 알 수 있다. 국민의당의 단일화로 대선판을 흔들어 선거 분위기를 고조시키듯이 방송과 언론의 편집권은 특권이다. 그런 특권으로 남용하여 특정 후보 대통령 만들기를 시도하는 대선 형국이다.
게이트키핑 자체가 편파와 왜곡을 의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현실 사회를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보도할 것이라는 가정은 애초에 착각이나 다름없다. 기득권 자본 권력의 입맛에 따라 자신들의 이익에 불리한 여당 후보에게 유리한 보도는 제외 또는 축소하지만, 그들의 이익을 대변할 야권 후보에게 유리한 보도는 과장하거나 강조하는 경향이 눈에 띄인다. 얼마 전 MBC나 YTN이 대선 후보와 관련된 있는 그대로 사실인데도 보도를 중단한 사건이 단적인 예다. 언론사가 부패한 권력기관으로 신뢰받지 못하는 원인이 여기에 있다.
악성루머나 가짜 뉴스의 배포하거나 전달하면 법적 처벌 대상이 된다. 사이버 명예훼손으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그럼에도 가짜 뉴스와 편향된 보도들이 난무하고 있는 원인에는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메시지를 소비하는 문화 때문이다. 자신의 좌절된 욕망을 채워주는 어딘가에 불나방처럼 모여드는 소비 성향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고, 사람이 모일수록 돈이 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기존 언론들이 할 수 없는 두 눈과 귀로 보고 들어도 부끄럽지 진보적 유튜버들이 있다는 점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는데 기여할 수 있는 대안이기도 하다. 얼마 남지 않은 이번 대선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대안도 유튜버들의 영향력이다. 지지율이 박빙인 상황에서 노사모의 온라인 활동이 노무현을 당선시킨 것처럼 이번 선거도 유튜버들의 활동에 기댈 수밖에 없다. 20대 대통령 선거 유권자로서 역대 어느 대통령에 비해 가장 능력과 자질을 겸비한 후보가 이재명 후보라는 생각이다. 아무리 자본 권력의 프레임에 갇힌 불량식품 편식해온 이들이 많다해도 깨어난 민주시민들의 간절한 바램은 침몰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글 : 최길성 brunch 교수 (은퇴 5년차. 바삐 지나친 삶을 돌아보며 손주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글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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