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mbc tv 방송 주말 연속극에서 세손인 이산(정조)과 여주인공 역인 시중드는 나인이 주고 받아 세간에 알려진 시경의 구절을 올려 봅니다. 궁녀의 옷소매 끝동이 붉은 것은 그들이 왕의 여자임을 나타내기 위함이라 한다)
북풍-詩經邶風(시경패풍)
北風其涼 (북풍기량) : 북풍은 차갑게 불고
雨雪其雱 (우설기방) : 눈은 펄펄 쏟아지네
惠而好我 (혜이호아) : 사랑하여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攜手同行 (휴수동행) : 손붙잡고 함께 떠나리
其虛其邪 (기허기사) : 어찌 우물쭈물 망설이는가
旣亟只且 (기극지차) : 이미 다급하고 다급하거늘
北風其喈 (북풍기개) : 북풍은 차갑게 휘몰아치고
雨雪其霏 (우설기비) : 눈은 훨훨 휘날리네
惠而好我 (혜이호아) : 사랑하여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攜手同歸 (휴수동귀) : 손붙잡고 함께 돌아가리
其虛其邪 (기허기사) : 어찌 우물쭈물 망설이는가
旣亟只且 (기극지차) : 이미 다급하고 다급하거늘
莫赤匪狐 (막적비호) : 붉지 않다고 여우 아니고
莫黑匪烏 (막흑비오) : 검지 않다고 까마귀 아니런가
惠而好我 (혜이호아) : 사랑하여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攜手同車 (휴수동거) : 손붙잡고 수레에 오르리
其虛其邪 (기허기사) : 어찌 우물쭈물 망설이는가
旣亟只且 (기극지차) : 이미 다급하고 다급하거늘
北風其涼 雨雪其雱 惠而好我 攜手同行 其虛其邪 旣亟只且
北風은 寒涼한 바람이다.
涼은 寒氣이다.
雱은 눈이 盛한 모양이다.
惠는 사랑함이요,
行은 감이다.
虛는 너그러운 모양이다.
邪는 한편으로는 徐로 쓰는데, 더딤이다.
亟은 빠름이다.
只且는 語助辭이다.
北風雨雪을 말하여 국가의 危亂이 장차 이르러서 氣象이 愁慘함을 비교 하였다. 그러므로, 서로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떠나서 피하고자 한 것이요, 또 말하기를 “이 오히려 가히 여유있고 서서히 할 수 있으랴. 저 禍亂의 닥침이 이미 심하여 떠나기를 속히 하지 않으면 않된다.”라 한 것이다.
北風其喈 雨雪其霏 惠而好我 攜手同行 其虛其邪 旣亟只且
喈는 빠른 소리이다.
霏는 비와 눈이 分散하는 모양이다.
歸라는 것은 떠나서 돌아오지 않는다는 말이다.
莫赤匪狐 莫黑匪烏 惠而好我 攜手同行 其虛其邪 旣亟只且
여우는 짐승이름이니 개와 흡사하고 황적색이요,
鳥는 까마귀이니 흑색이다.
모두 상서럽지 못한 물건이니, 사람들이 보기 싫어하는 것이다. 보는 것이 이 물건 아님이 없다면 나라의 장차 危亂할 것을 가히 알 수 있다.
同行하며 同歸하는 것은 그래도 천한 자이거니와 同車한다는 것은 귀한 자 역시 떠난다는 것이다.
詩經 : 처음에는 詩라 불리다 周나라때 편찬되어 周詩라 하다 唐나라때 五經( 시경, 역경, 서경, 예기, 춘추를 말하며 유학의 기본이 되는 다섯가지 경서. 악경을 더하여 육경 이라고도 함) 에 포함되었다.
본래 3.000편 이었다고 전하나 공자에 의해 305편으로 간추려졌다. 여기에 실린 詩歌들은 봉건제가 정착되고 사상과 예술이 처음으로 활짝 피던 주왕조 초에서 전국시대 중기까지 불리어 지던 시가들이며 주로 황하를 중심으로 많이 불리어졌다.
시경 305편은 風(풍), 雅(아), 頌(송)으로 되어있다
風 : 國風이라고 하며 여러 제후국에서 채집된 160개의 민요 민가이며 남여간의 애틋한 정과 이별의 아픔으로 한 사랑의 시가 대부분이다.
雅 : 대아 소아로 나뉘며 궁궐에서 연주되는 곡조에 가사를 붙힌 귀족풍을 띠고있다.
頌 : 종묘제사에 쓰이는 악가로 周頌, 魯頌, 商頌이 있다(백과사전 참조)
정조와 북풍-詩經邶風(시경패풍)
어진 농부가 홍수와 가뭄이 들었다고 밭갈이를 그만두지 않고
어진 장사꾼이 밑진다고 장사를 그만두지 않듯이,
군자는 세상이 혼란스럽다고 해서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良農不爲水旱而輟耕, 양농불위수한이철경
良商不爲折閱而輟市, 양상불위절열이철시
君子不爲世亂而怠於事。군자불위세난이태어사
위 구절은 『순자(荀子)』「수신(修身)」편에 나오는“어진 농부는 홍수나 가뭄 때문에 밭갈이를 그만두지 않고, 어진 장사꾼은 밑진다고 장사를 그만두지 않으며, 선비와 군자는 빈궁하다고 도 닦기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良農不爲水旱不耕,
良賈不爲折閱不市,
량농불위수한불경,
량가불위절열불시,
사군자불위빈궁태호도.
라는 순자 수신편의 구절을 「북풍」 시의 맥락에 맞게 변형한 것이다.
올바른 군주가 되기 위해 부단히 배우고 생각하고 신하들과 논의하며 소통하기 좋아했던 정조. 그는 사서삼경, 『자치통감강목』 등을 초계문신(抄啓文臣 : 조선후기 규장각에서 특별교육과 연구과정을 밟던 문신들을 칭하는 용어. 밑에 자세한 설명 있음)들과 강론한 「경사강의 經史講議」를 남겼는데, 분량이 56권에 이를 정도로 방대하다.
한번은 『시경』의 위 시를 보다가 격앙된 어조로 이렇게 질문했다. 이 시의 작자는 관직에 있던 현자(賢者)라고 한다. 그런데 현자라면, 북풍과 한설로 비유되는 난세에 나라를 구제할 방도는 찾지 않고 자신만 살겠다고 나라를 버리는 것이 옳은가?
홍수나 가뭄이 든다고 어진 농부가, 이익이 남지 않는다고 어진 상인이 생업을 작파하지 않듯이, 군자는 난세라도 자신의 소임을 다해야 하는 것 아닌가? 뿐만 아니라 현자라면 징조가 나타날 때 미리미리 방비해서 나라에 이런 위기 상황이 닥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군주가 올바른 통치자가 되기 위해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자신과 뜻을 함께하며 대소사를 현실에서 실행해 줄 유능한 관리가 없으면 모든 계획은 머릿속에서 끝나버리고 만다. 그래서 정조는 시 1수를 읽으면서도 이처럼 신하들에 대한 경계와 소통을 늦추지 않았다. 바로 이런 올바른 군주에 대한 진지한 탐구와 사색, 신하들을 향한 부단한 소통이 밑바탕에 있었기에 정조시대의 문화 융성이 가능했던 것이다.
『논어』에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게 된다[思而不學則殆 사이불학즉태]는 말이 있다. 그러나 쉽진 않겠지만, 어진 농부와 어진 상인의 마음으로 각자의 역할을 찾아 하면서 코로나로 인한 위기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당면한 이 국가적인 갈등과 혼란을 약진의 기회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에 다음 대통령은 꼭 ‘배우고, 생각하고, 소통하며, 특히 급변하는 국제정세를 읽을줄 알며 과거에 매몰되어 있지 않고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을 뽑아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에서 선거란 최선 즉 가장 좋은 사람을 뽑는것이 아니고 덜 나쁜 사람을 뽑는것이다.)
플라톤 :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댓가는 가장 저질스런 인간들에게 지배 당하는 것이다
초계문신이란?
정조는 능력 있는 젊은 인재를 발탁하고자 초계문신제를 실시하기도 했다.
37세 이하의 당하관 중 재능 있는 문신을 의정부에서 추천받아 규장각에서 교육시킨 것이다. 정조는 이들을 신분과 당파에 상관없이 능력만 보고 선발했으며, 학문을 익히고 연구하는 일에만 전념하도록 본래의 직무를 면제해주기까지 했다. '객래불기(책을 읽는 동안 손님이 와도 일어서지 말라)'란 말로 그들의 권위를 세워주었고, 직접 강론에 참여하기도 하고 시험지를 채점하면서 그들과의 믿음을 쌓았다.
이런 정조의 노력 덕에 훗날 초계문신들은 정조와 함께 국정을 운영하는 든든한 관료가 된다. 정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 정약용도 초계문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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