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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취미 생활/한문서예

溪上春日(계상춘일)

by 까마귀마을 2025. 4. 2.

 

 

                      溪上春日(계상춘일) 봄날 시냇가에서

 

五十年來臥碧山(오십년래와벽산)-푸른 산 속에 살아온 지 벌써 오십년

是非何事到人間(시비하사도인간)-인간세상 시비에 말려들 게 무언가

小堂無限春風地(소당무한춘풍지)-자그만한 집이지만 봄바람 끝 없는 곳

花笑柳眠閒又閒(화소류면한우한)-꽃은 웃고 버들은 잠들어 한가 하고 한가 하기만 하다.

                             ----牛溪(우계) 成渾(성혼)----

 

註.

臥(와) : 은둔(隱遁)하다.

人間(인간) : 漢詩에서는 인간 세상을 뜻함.

無限(무한) : 끝 없이.

閒又閒(한우한) : 한가하고 한가하다.(閒 : 한가할 한. 閑 : 한가할 한.)

 

봄날 개울가에서 가만히 귀 기울이면 속삭이듯 들려오는 소리 '졸 졸 졸'

시냇가 방죽에 지천으로 핀 꽃들,

민들레, 냉이, 씀바퀴, 제비꽃...

만약 피어나는 꽃들마다 웃음소리를 낸다면 얼마나 소란할까?

시냇물 소리에도 아랑곳없이 졸고 있는 수양버들도 금새 잠에서 깨고 말 것이다.

시비 많은 인간세상을 비껴 푸른 산속에 산지 50년,

비록 허름하고 작은 집이지만 봄바람 끝이 없고,

온갖 꽃 피어나고 버들은 잠들어 이내 몸 한가하고 한가하나,

봄은 소리 없는 아우성이 되어 나를 깨우네.

 

이 시는 조선 중기의 문신 성혼이 (호는 우계(牛溪), 또는 묵암(默庵). 시호는 문간(文簡). 본관은 창녕)지은 시로 자신의 만년을 한가롭게 읊은 칠언절구로 산(刪 : 깍을 산. 깎을 산(刪)자는 책 책(冊)자에 칼 도(刀,刂)자를 더 했다. 과거 출판 기술인 목판(木版)은 나무에 글자를 새겨서 책을 찍어 냈었다. 깎을 산(刪)자에서 깍는다는 뜻은 목판을 만든다는 뜻이다)운이다. 국조시산(國朝詩刪 : 허균이 엮은 시선집)에는 제목이 ‘우연히 읊음(偶吟 우음)’으로 되었고, “오십년(五十年)”이 “사십년(四十年)”으로, 無限 (무한 : 끝없이)”이 獨坐 (독좌: 홀로 앉아)”로 되어있다. 학행으로 추천을 받아 여러 번 벼슬에 불려나갔지만 그때마다 곧 돌아와 전원에서 학문에 전념하였던 그의 일생이 잘 드러나는 시다. 起句(기구)는 그의 일생이다. 오십년 동안 파주 우계에서 학문에 전심했던 일생을 돌아본 말이다. 그는 서울 순화방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 청송(聽松) 성수침(成守琛)이 그가 열 살 때 파주 우계로 이사를 했으므로 그때부터 그는 우계에서 살았다. 承句(승구)는 정치현실에서 멀어진 상황이다.  그는 조정에서 벼슬을 내릴 때마다 사은하고 곧 병을 핑계로 사퇴하여 정치현실의 시비에 말려들지 않으려 했다. 轉句(전구)와 結句(결구)는 현재 자신의 형편이다. 

봄날 작은 집에서 꽃과 버들을 바라보며 한가롭게 지내고 있는 것이다. 허균은 국조시산에서 “숨어사는 사람의 옛 모습이다.逸家故態(일가고태)”라고 비평하였다. 홍만종은 이 시를 두고 시평보유(詩評補遺)에서 이황, 기대승, 이이, 정구 등의 시와 함께 “말을 지은 것이 천연스럽고 각각 묘처를 다하여 성정의 바름을 시에서 구현한 것을 여기에서 볼 수 있다고 했다.

어려서 초시(初試)에 들었으나 병(病))으로 포기하고, 율곡(栗谷)과 이기(理氣)의 학문을 서로 토론하였다. 뒤에 율곡의 추천으로 벼슬을 하였으나, 자주 물러나고 자연과 벗하며 살았다. 그는 조정이 동인과 서인으로 갈라져 치열하게 다투던 때 서인이던 이이, 정철과 정치노선을 같이했으나 벼슬에는 별 뜻이 없어 선조가 여러 차례 불러도 계속 사양하였다. 하는 수 없이 관직을 받게 되면 오래지 않아 사직 상소를 올리고 벼슬에서 물러났고, 또다시 선조가 부르면 마지못해 출사 했다가 사직하기를 반복했다. 그는 벼슬을 하는 것 보다는 향리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게 훨씬 더 좋았던 것이다.

 

말 없는 靑山이요

態(태) 없는 流水로다

값 없는 淸風이라

임자 없는 明月이라

이 중에서 병 없는 몸이

分別 없이 늙으리라.

 

성혼이 지은 시조로 청구영언에 실려있다.

청산은 말이 없고, 강은 일정한 모양 없이 흘러간다.

맑은 바람은 값으로 매 길수 없고, 밝은 달은 임자가 없으니,

이러한 자연 속에서 병 없는 이 몸은 근심 걱정 없이 늙어가리라.

위의 시조는 宋의 소동파의 적벽부 중에 "천지간의 만물은 모두 주인이 있으나 강가의 淸風과 산 위의 明月 누구나 자유롭게 취할 수 있다" 는 내용의 시상과 유사하다. 자연과 내가 하나를 이루었고, 더 이상의 아무런 근심이 없이 자연 속에서 살아가고자 하는 작가에겐 늙어가는 인생조차 아늑하고 편안하다. 벼슬없이 학자로 자유인으로 살아간 지은이의 삶과 인생이, 인격이 이 시 한 수에 다 녹아 있다는 느낌이다.

 

* 蘇東坡의 전적벽부  

且夫天地之間 [차부천지지간]       이 천지 사이에

物各有主 [물각유주]                        사물은 각기 주인이 있으니,

苟非吾之所有 [구비오지소유]       만약에 나의 소유가 아니라면

雖一毫而莫取 [수일호이막취]       비록 한 털끝도 취하지 말아야 하고

惟江上之淸風 [유강상지청풍]       오직 강가에서 불어오는 맑은 바람과

與山間之明月 [여산간지명월]       산 사이의 밝은 달만은

耳得之而爲聲 [이득지이위성]       귀로 들으면 소리가 되고,

目遇之而成色 [목우지이성색]       눈으로 보면 색을 이루어,

取之無禁 [취지무금]                        취[取]해도 금하는 이가 없으며,

用之不竭 [용지불갈]                        써도 다하지 않으니,

是造物者之無盡藏也 [시조물자지무진장야]   이는 조물주의 한없는 보고요

而吾與子之所共樂 [이오여자지소공락]            나와 그대가 함께 즐거워할 것이다. 

 
 

* 위의 詩  溪上春日과 제목이 비슷한 退溪 李滉(퇴계 이황)이 지은 春日溪上(춘일계상)이란  2首로 된 시가 있어 아래 올립니다.

其 一

雪消氷泮淥生溪 (설소빙반록생계)눈은 녹고 얼음 풀려 푸른 물 흐르는데

淡淡和風颺柳堤 (담담화풍양류제)살랑살랑 실바람에 버들가지 휘날린다.

病起來看幽興足 (병기래간유흥족) 병중에 와서 보니 그윽한 흥 넉넉한데

更憐芳草欲抽荑 (갱련방초욕추제)꽃다운 풀 싹트는 것 더욱더 어여뻐라.

其二

傍柳尋溪坐白沙 (방류심계좌백사) 버들 가 시내 찾아 모래밭에 앉았더니

小童新試從婆娑 (소동신시종파사)아이들은 새옷 입고 따라와 뛰어노네.

誰知滿面東風裏 (수지만면동풍리)누가 알랴 얼굴 가득 봄 바람 속에

繡出千芳與萬葩 (수출천방여만파) 천만가지 꽃들이 수 놓은 듯 피어날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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