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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器晩成(대기만성)

까마귀마을 2025. 4. 14. 16:09

大方無隅 大器晩成 大音希聲 大象無形 ( 대방무우 대기만성 대음희성  대상무형 )

 

무한대로 확장되는 큰 네모에는 모서리가 없고(大方無隅), (隅 : 모퉁이)

무한대로 확장하는 큰 그릇은 채워지지 않으며(大器晩成), 

엄청나게 큰 음은 소리는 들리지 않고(大音希聲), 

엄청나게 큰 것은 형상이 없다.(大象無形). 

             -----노자 도덕경----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이 구절중 大器晩成(대기만성)이라는 말은 노력과 시간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사자성어입니다. 문자대로 해석하면 '큰 그릇은 늦게 이루어진다' 입니다. 비슷한 서양 속담으로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말이 있습니다. 대기만성형 인간을 영어로 late bloomer(늦게 피는 꽃이라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늦게 성공하거나 잠재력을 발휘하는 사람’을 뜻함.)이라고 관용적으로 표현 하기도 합니다. 채근담에는 濃夭不及淡久 早秀不如晩成也 (농요불급담구 조수불여만성지) '고와도 서둘러 빨리 지는 것이 담박(淡泊)하여 오래 가는 것에 미치지 못하니 빨리 빼어나는 것은 늦게 되어 크게 이루는 것보다 못하도다'는 구절도 있습니다. 

그런데 ' 大器晩成' 이라는 구절은 원전인 노자의 도덕경 41장 전체를 보면 이게 그리 간단하게 해석될 주제가 아닌것 같습니다.

노자가 ‘대(大)’를 붙인 구절은 대부분 현상의 세계를 넘어선 도(道)의 차원을 언급하는 것들입니다. 다른 세 구절 大方無隅  大音希聲  大象無形 의 無와 希는 부정의 뜻을 의미하고 있는데 유독 晩자만 그렇지 않습니다. 大器晩成은 다른 3구절과 비교하면 그냥 격언 정도로 느껴 집니다. 이 때문에 ‘만(晩)’은 ‘면(免)’의 오자일 것이라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면(免)’은 ‘무(無)’나 ‘희(希)’와 마찬가지로 부정의 뜻을 지니는데 이럴 경우 大器免成(대기면성)의 의미는 '큰 그릇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가 되어 4구절이 서로 조화를 이루게 됩니다.

1973년에 현행본보다 훨씬 오래된 백서본(帛書本) ‘도덕경’이 발굴되었는데 정말 ‘면(免)’자로 되어있어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그 후 1993년에 발굴된 더 오래된 판본인 죽간본(竹簡本)에는 ‘만(曼 : 길다)’자로 되어 있는데 이는 다시 ‘만(晩)’에 가까와 심오한 철학성을 지닌 '대기면성'의 의미와는 다르지만 오래동안 귀에 익은 격언인 '大器晩成(대기만성)'이 쉽게 이해되고 익숙해 지기도 합니다. 만성(晩成)이란 늦게 이루어진다 라는 뜻이지만 노자가 주장한 본래의 뜻은 '대기면성'으로 '큰 그릇은 만들어 지지 않는다'로 해석하는것이 전체 글과 맞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일부 옮겨와 새로구성)

 

노자 도덕경 41장

上士聞道勤而行之 ( 상사문도근이행지 ) 
中士聞道若存若亡 ( 중사문도약존약망 ) 
下士聞道大笑之 ( 하사문도대소지 ) 
不笑不足以爲道 ( 불소부족이위도 ) 
故建言有之 ( 고건언유지 ) 
明道若昧 ( 명도약매 )  進道若退 ( 진도약퇴 ) 
夷道若纇 ( 이도약뢰 )  上德若谷 ( 상덕약곡 ) 
大白若辱 ( 대백약욕 )  廣德若不足 ( 광덕약부족 ) 
建德若偸 ( 건덕약투 )  質眞若渝 ( 질진약투 ) 
大方無隅 ( 대방무우 )  大器免成 ( 대기면성 ) 
大音希聲 ( 대음희성 )  大象無形 ( 대상무형 ) 
道隱無名 ( 도은무명 )  夫唯道善貨且成 ( 부유도선화차성 ) 

고수는 도를 들으면 그것을 성실하게 실천하지만 
중수는 도를 들으면 반신반의하고 
하수는 도를 듣고서 그것을 크게 비웃을 것이다 
그런 부류가 비웃지 않는다면 그것은 도라 하기에는 부족할 것이다 
그래서 옛 격언에 이런 말이 있다 
밝은 길은 어둑한 듯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길은 물러나는 듯하며 
평평한 길은 울퉁불퉁한 듯하다 가장 훌륭한 덕은 계곡과 같고 
정말 깨끗한 것은 더러운 듯하며 정말 넓은 덕은 부족한 듯하고 
건실한 덕은 게으른 듯하며 정말 참된 것은 변질된 듯하다 
정말 큰 사각형에는 모서리가 없고 정말 큰 그릇은 완성되지 않으며 
정말 큰 음은 소리가 없고 정말 큰 형상은 모습이 드러나지 않는다 
도는 감추어져서 이름이 없지만 오직 도만이 잘 시작하고 잘 끝낼 수 있다 .

 

후일 대기만성 이 말이 늦게 이룬다는 뜻으로 쓰이게 됨은 다음과 같은 일화에서 비롯 되었다 합니다.

중국 삼국시대, 위(魏)나라에 최염(崔琰)이란 풍채가 좋은 유명한 장군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사촌동생인 최림(崔林)은 외모가 시원치 않아서인지 출세를 못하고 일가친척들로부터도 멸시를 당했습니다.

하지만 최염만은 최림의 인물됨을 꿰뚫어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큰 종(鐘)이나 솥은 그렇게 쉽사리 만들어 지는게 아니네.

그와 마찬가지로 큰 인물도 대성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자네도 그처럼 '대기만성(大器晩成)'하게 될걸세. 내 장담하지.

자네는 틀림없이 큰 인물이 될 것이네."

과연 그 말대로 최림은 마침내 황제를 측근에서 보좌하는 높은 벼슬인 삼공(三公)중의 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大器晩成

출세란 일찍 하는 경우도 있고, 늦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남보다 일찍 성공했다고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닙니다.

실패했다고 주저앉고, 두렵다고 물러서고, 자신 없다고 쭈뼛대면 기회는 결코 당신 삶을 두드리지 않을 것입니다.
크게 단련하고 노력하는 삶에 너무 늦은 때는 없습니다. 늦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이 가장 빠른 때 입니다.

사회적 성공은 그 시기나 크기보다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얼마만큼의 준비를 하고 정직과 성실함으로 노력을 하느냐가 더욱 중요한 것입니다. 특히 어떤 자(者)처럼  자질도, 준비도, 노력도, 겸손도 없이 성공을 하거나 중책을 맡는 것은 때론 본인은 물론 나라, 사회나 조직 자체를 위험에 빠뜨릴수 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 입니다. 

*晩은 늦은 저녁 시간을 뜻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