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믿는 신은 누구인가?
안전조차 보장해주지 못하는 신에게 당신이 구하는 것은
주의 뜻대로 이루어지기를 원한다는 말.
나는 열심히 기도하는 사람을 볼 때마다 도대체 이 말 뜻이 무엇인지나 알고 기도를 하는 걸까, 의아하다. 기독교인 입네 하는 사람들이 교회에 와서 주의 뜻을 이루며 살기로 결단할 때마다 나는 마음이 심란해진다.
기독교인 즉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를 본받아 살아가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그리스도는 어떤 삶을 살았는가?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났다. 평생 집도, 두벌의 옷도, 내일의 양식도 보장받지 못한 삶을 살았다. 가족과 친지의 지지를 받지도 못했다.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를 '하나님의 아들'이라 칭하던 이 이상한 마을 청년에게 고향 사람들은 늘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그의 주변엔 그에게 바라는 사람로 들끓었다. 가난하고, 병들고, 고난 받고, 손가락질당하는, 그야말로 가장 하류층 사람들이 구름처럼 그를 좇았다니며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매달렸다. 그의 모든 말씀과 행적을 바로 곁에서 목도한 제자들조차 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가 왕이 되면 그 옆에서 권력의 한자리쯤 차지할 줄 알고 오래도록 그를 따라다녔다. 그는 당시 기득권과 가장 잘 나가는 사람들과 척을 지는 사람이기도 했다. 독사의 자식들아, 회칠한 무덤들아, 길거리에서 큰 소리로 기도하는 자들아. 너희는 이미 상을 받았느니라. 그는 과부와 고아를 돌보지 않고 외식하는 자들을 향해 신랄하게 독설을 날리는 이단아였다. 그 시대 사람들이 염원하던 삶의 이상에 반기를 들었다. 당연히 돈과 권력과 안정을 누리던 기득권은 그를 싫어했다. 결국 그는 아끼던 제자들에게 배신을 당하고, 개혁과 변화를 두려워하는 기득권에 의해 축출당했다. 반역자라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그 시대 가장 치욕적인 방식으로 십자가에 매달렸다.
가난과, 오해와, 위협과, 스캔들로 들끓던 짧은 서른셋의 삶. 마지막은 죄수로 죽었다.
도대체 누가 이런 삶을 본받아 살고 싶단 말인가?
하나님의 뜻을 행하기 위해, 이 땅에 정의를 위해, 다른 이들의 구원을 위해 세상의 온갖 부귀영화와 명예와 칭송을 거절하고, 가장 가난하고 불행한 사람들과 벗하며 그들과 함께 오해를 받고 고난을 받다가, 치욕의 상징인 십자가에서 생을 마치는 삶. 그것이 그리스도를 본받아 사는 삶이다.
그런데 지구가 곧 멸망하더라도 한치의 불편도 참지 않으려는 내가,
누군가에게 조금의 오해라도 받으면 밤잠을 설치고 부르르 떠는 내가,
혹 불이익을 감수할까 봐, 불의를 보아도 발 벗고 나서지 않는 내가,
무슨 생각으로 그리스도를 따라 사는 삶을 살겠다고 일요일마다 교회에 가서 서원하는 것인가?
나는 그렇다 치자. 만약 당신의 자식이 참된 그리스도인이 되겠다고, 앞으로 그리스도를 따라 살겠다고 서원한다면? 당신은 기꺼이 자식의 삶을 지지할 수 있을까?
늘 나보다 더 잘 살기를 바라던 내 자식이,
자신의 재능과 능력을 맘껏 발휘하여 꿈을 이루고, 내가 누린 것보다 더 많은 경험과 영광을 누리고 살기를 바라던 내 자식이,
그리스도를 따라 가난과, 오해와, 위협과, 모함이 들끓던 삶을 살겠다고 서원하고 죄수보다 더 비참하게 죽는 삶을 산다면?
그렇다 해도 당신은 당신의 자식이 오늘도 교회에 나오기만 간절히 바라고 기도할 수 있을까?
우리 기독교인은 세월호 이후, 적어도 한 가지만큼은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우리의 하나님이 이 땅에서 나와 내 자식의 안전을 지켜주는 신이 아니다.
부귀영화와 명예? 그런 것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분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존과 안전마저 보장해 주는 신이 아니다. 우리 아들은 수학여행을 갔다가도 깊은 물에 수장되어 다시 내 품 안에 못 돌아올 수도 있고, 친구를 만나러 이태원에 갔다가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
우리가 믿고 따르는 신은 그렇게 이 땅에서 부귀영화와 명예는커녕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안전에 대한 욕구조차 보장해주지 못하는 신이다.
그 사실을 알고도 당신은 여전히 교회에 나가 기도할 수 있는가?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당신은 그동안 어떤 신에게 기도했던가? 당신이 알고 믿고 기도하는 신은 누구인가? (브런취에서 옮겨온글) 글 : 쏭마담 (가족 분야 크리에이터)